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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앤롤스는 같은 연령의 패션 디자이너 듀오인 빅터 호스팅과 롤프 손렌이 이끄는 패션 브랜드다. 같은 나이의 두 남자, 같은 키, 같은 안경, 같은 옷, 같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액션 아트나 컨셉트 패션 작품 같은 패션쇼를 선보여 패션계에서도 길버트 & 조지라고 부른다. 패션 불모지인 네덜란드 출신의 빅터와 롤프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 패션계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1993년 파리에서 데뷔한 뒤 21세기 패션디자인하우스를 새로 만들며 흥미로운 제품 자체가 돼 언론의 관심을 끄는 파격적인 작품을 내놓으며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 미래적이고 초현실적인 유머에 아방가르드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기초 기법을 더한 마술과 같은 그들의 작품은 상업주의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신선한 생각을 퇴색시키고 있는 비참한 패션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듀오 빅터 & 롤프의 두 디자이너는 1969년 네덜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빅터 호스팅은 5월 27일 겔드로프에서 바쁘게 일하는 부모의 3남중 둘째로 태어났으며, 롤프 스네운렌 역시 12월 19일 동겐의 3남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제만 있는 집에서 자란 이들은 둘 다 동료들과 함께 밖에서 놀기보다는 혼자 앉아 여자의 몸과 옷을 그리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빅토르와 롤프는 네덜란드가 전통적으로 복장과 패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패션 잡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 패션에 관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것도 일년에 두 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패션과 세련됨, 화려함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성장하는 환경에서 한 패션잡지 화보 속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두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에게 패션은 단순한 일상복보다는 교외의 따분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꿈의 세계였다.


빅토르와 롤프는 1988년 네덜란드 최고 패션학교인 아르넴 예술학교에 진학하면서 만났다. 당시 네덜란드 패션교육은 유명 패션미디어 인사와 바이어들이 다니던 파리 런던 뉴욕의 패션학교나 유명 디자인하우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션 미디어, 패션 산업 등 패션 관련 재단이 부족했던 네덜란드 패션스쿨의 교과 과정은 디자인, 의상 구성, 파운데이션, 바느질 과정 전반에 걸쳐 세련된 기법을 배우고 개인 예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됐다. 즉, 각 학생은 패션 산업과 같은 외부의 영향 없이 자신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전개하도록 장려되었다. 빅토르와 롤프는 자신이 성장하고 패션의 불모지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패션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가 부족하게 되어 상상력을 계발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실험 패션의 미적 취향과 패션계에서 일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던 두 사람은 1992년 졸업 후 팀을 이루기로 하고 함께 파리로 건너갔다.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면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추구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파리에 도착한 빅토르와 롤프는 아틀리에로 작은 아파트를 이용하여 미술 경력을 시작했다. 마이존 마르틴 마르지엘라와 장 콜로나에서 잠시 인턴 생활을 했지만, 파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캐주얼 디자이너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이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과 소외감은 두 사람을 더욱 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1993년 10세트의 컬렉션을 완성했으며 프랑스 남부 아이르에서 열린 국제 예술 패션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유럽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한 이 명망 있는 대회는 두 사람을 3개의 주요 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패션 디자이너 듀오, 빅터 & 롤프는 대회 주최자들이 특별한 팀 이름이 없는 그들을 빅터 & 롤프라고 불렀을 때 태어났다.

두 사람에게 큰 영광을 안겨준 이 컬렉션은 낡은 남성 재킷과 셔츠 등을 해체하여 외층과 내층 모두로 이루어진 거대한 양의 옷들로 구성되었다. 당시 파리 패션의 높은 벽에 위축된 빅토르와 롤프는 많은 양의 옷을 만들어 주눅들고 작아진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두 디자이너는 수자나 프란켈과의 인터뷰에서 이 컬렉션은 착용자의 무기력함과 약함을 당시 거대한 패션 중심지인 파리에서 느끼게 하는 압도적인 양의 옷으로 표현된, 주의를 끌기 위한 외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수상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빅토르와 롤프는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디자이너 듀오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영리하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파리패션에 익숙하지 않은 빅터앤롤프는 옷이 아닌 패션시스템의 관점에서 패션을 보는 장점이 있었다. 그들은 21세기의 새로운 패션 하우스인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언론의 관심과 명성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트 쿠튀르 컬렉션과 기성복 라인을 발표하며 데뷔하는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과 달리 빅터앤롤프는 갤러리에서 설치미술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 근저에는 파리 패션의 캣워크에 들어가기 위해 미술시장에서 명성을 얻고 독특한 지위를 얻으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이에 따라 빅터앤롤프는 1998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발매할 때까지 옷을 매개한 설치작업, 액션아트 등의 작품을 내놓았고, 이러한 설치의 주요 주제는 패션, 즉 패션 시스템 그 자체였다.


1995년 우주 이미지 전시회에서 빅터 & 롤프는 천장에 매달린 금빛 의상 5점과 그 아래 검은 오간사 옷의 그림자를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벽에는 슈퍼모델들의 이름이 금으로 쓰여져 있었고, 출석이라고 불린 듯 슈퍼모델들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갤러리 안에 배경음악으로 흩어져 있었다. 1990년대는 슈퍼모델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고,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쇼에 출연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보다 어떤 슈퍼모델이 출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등 관객이 뒤집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전시된 5개의 금빛 의상은 실제로 착용할 수 없고 섀도우 역할의 검은 의상은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빅토르와 롤프는 옷이 아닌 슈퍼모델의 환상을 추구하던 당시 패션계를 비판하는 데 공허함을 표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미술전문지 아트포럼과 패션지 빅저스에 실리면서 두 사람은 주목받는 아티스트 듀오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빅터 & 롤프는 1996년 파업 기간 중 포스터를 통해 급증하는 당혹감을 표현했다. 이들은 1996년 3월 파리 패션위크 때 파리 전역에 포스터를 붙여 컬렉션을 대체하는 한편 빅터앤롤프가 파업 중이라는 주류 잡지 편집자들에게 포스터를 보냈다.

1996년 발매된 컬렉션은 파리 패션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패션쇼 무대, 부티크, 사진 스튜디오, 스튜디오의 축소판으로 만들었다. 당시 베스트셀러 향수 샤넬 5호가 소개되고 컨테이너 사진이 공개됐다. 빅터 & 롤프 르 푸냔이라는 이름의 이 향수는 뚜껑이 열리지 않는 가짜 향수로서 제한된 250점에 제작되어 실제로 상당한 가격에 팔렸다. 이런 가짜 향수 해피닝들은 패션 하우스들이 실제로 옷이 아닌 향수로 이익을 얻는 세상을 조롱하는 동시에, 그들도 나중에 성공하여 향수를 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빅터앤롤프의 초기 개념 설치 작품에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 패션계에 대한 저항과 조롱이 담겨 있지만 사실은 패션계에 진출해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를 짓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담겨 있다. 패션계의 부조리와 구태의연함에 도전하는 동시에 패션에 대한 강한 사랑과 열정으로 패션계에 입문하는 절박한 구애의 몸짓이라는 얘기다.

5년간의 예술적 실험 끝에 빅터 & 롤프는 1998년 봄 쿠튀르 컬렉션이라는 이름의 최초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출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뛰어들었다. 타일링과 3차원 파운데이션이 어우러진 다양한 실루엣 옷 위에 자수나 주름 등 수공예 디테일을 더한 모델들이 도자기와 도자기 모자로 만든 거대한 목걸이를 하고 나타났다. 단상에 올라 조형물처럼 포즈를 취한 모델들은 의상보다 악세사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며 입고 있던 도자기 액세서리를 부수고 땅에 떨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1999년 가을 겨울 귀리 컬렉션 러시아 인형은 정교한 디테일과 재단의 아름다운 의상으로 디자이너 듀오의 창의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쇼였다. 모델 매기 라이저가 삼베와 새틴 비단으로 엮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나와 뮤직 박스 위의 회전식 턴테이블 위에 서자 빅토르와 롤프가 무대 위에서 직접 옷을 입으면서 10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각 층의 옷에는 레이스 자수, 즉 페이즐리 모양의 크리스털 자수가 달려 있었고, 밑단 무늬와 윗단 의복이 퍼즐처럼 서로 어울리는 완벽한 완성도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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